교육의 결과

Posted by Lily Vaughan DIARY_2013 : 2013. 10. 29. 11:17

회사 교육을 받느라 황금과도 같은 한 주가 훌렁 지나갔다. 이천 한 구석에 5일간 짱박혀 있었고, 3번의 시험을 봤음 (떨어지면 진급이 불가능하며 내년에 이 지난한 과정을 또 들어야 한다는...)  

이게 대체 뭐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드문드문 들었고 어쨌든 오늘 별 탈 없이 끝나긴 했다. 어쨌든 교육 자체의 목적과는 전혀 상관없이 약간의 소득은 있었는데...


(스압주의)

1. 아직 유효한 재능

교육 과정 중 캐리커쳐 그려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강사와 내 상대가 되었던 3명 모두 "그림을 정말 잘 그리시네요! 웹툰 작가 같아요!" 라고 감탄해 주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확실히 그림을 열심히 그렸었지만 고등학교 이후로 손을 놨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그림을 꾸준히 그리지도 않았고 특별한 의지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어쨌든 부끄러우면서도 새로운 기분이었고, 간만에 느꼈던 긍정적인 기분을 잊지 않기로 했다.


2. 약간의 실마리

최근 업무에서 회계 관련 이슈가 나를 매우 괴롭게 했었다. 뮤직서비스 기획/운영과 함께 매출 이관이니 NPV 분석이니 그런 업무들을 해야 했는데 용어도 생소할 뿐더러 예전 회사들을 다닐 때는 이런 걸 생각하지도 신경써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3번의 시험 중에는 회계 기초 과목이 포함이 되어 있었는데 그 과목에 대해서는 만점을 맞았다. 그 결과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라는 기분은 조금 해소가 된 듯. 어쨌든 낯선 상황에서 적응하려면 공부를 하는 게 맞구나.


3. 마인드셋의 방향 변경

입사 후 적응이 쉽지 않아서, 일단 열심히 다녀보고 자살하고 싶은 기분이 들면 회사를 관둬야지. 라고 생각했다. 배배 꼬여 있는 업무 환경과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 때문에 입사 3개월이 지나자 자살 사고(思考)가 삐죽삐죽 솟아나기 시작했다.

자다가 가슴이 답답해서 깬 적도 있고, 토요일 아침부터 월요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집중도 전혀 되지 않아서 이거 성인 ADHD 아녀? 라는 생각도 들었고, 실제로 자신감을 상실하여 직속 상사나 사수에게도 굉장히 쭈구리같은 모습을 보였다. 

최근 몇 개월간 스스로가 무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자학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낭비했다.

대략 이런 식이다. 남들은 다 견디는데 이렇게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니. 도태되어야 마땅한 인간이 아닌가! 정말 난 쓸모없고 무능하기 그지없구나! 이렇게 하기 싫은 일을 죽고 싶은데도 꾸역꾸역 하고 있다니 진짜 난 비겁해!! 이런 생각이 한번 순환하기 시작하면 정말로 끝이 없음 ㅡ.,ㅡ;;  


그런데 교육 과정에서 팀 사람들한테 꼼꼼하고(헐...?) 매사에 열심이라 현업에서도 성공할거라는 평을 들었으며 우수한 팀원이라고 추천도 받았다. 어째서 이런 괴리가 발생하였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현업에서 이렇게 쭈구리같이 하고 있는 건, 100%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세뇌하는 회사 경영 방침에는 그다지 공감할 수 없었다.

오래 다니기보다는 내가 맡은 서비스를 제대로 궤도에 올려놓고 나오는 걸 목표로 삼기로 함. 어쨌든 '나오는 게' 목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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