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에 선릉역에서 역삼역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던 중
스크린도어 위에 달린 LCD 화면 위로 '오피스 아이돌'이라는 문구가 휙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피스'와 '아이돌'. 정말 안 어울리는 단어 아닌가요?
마치 '고춧가루'와 '꼬마곰 젤리' 의 조화처럼 -_- 말입니다.
그래서 이게 뭥미...? 라는 생각을 하며 검색을 해 보니
http://www.officeidol.co.kr/idol_info.asp
이런 것이었음.
나름 취지가 좋네요. '평범한 직장인의 가능성을 응원한다'니.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참여해 보시면 괜찮을 이벤트라고 생각해요!
저는 '직장인 밴드'라는 단어에 경멸 혹은 자기비하와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저도 회사원이긴 하니까요)
직장인 밴드를 열심히 행복하게 하고 계신 분들을 경멸하거나 비하한다는 것이 절대 아니고요!! (강조)
그냥 그 단어 자체가 제 마음에는 안 든다는 것이에요.
'당신들의 본분은 직장인이며, 뮤지션으로서는 거기까지이며, 당신들에게 있어서 음악은 그저 삶의 활력소일 뿐, 전부가 될 수 없다' 라는 뉘앙스를 느낀다는 것이죠.
음...그래요...혼자 너무 오바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음악이라는 것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구요.
음악은 거의 일과 동등한(혹은 그 이상의) 비중으로 저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고
좋은 멜로디를 만들었지만 마음에 드는 편곡이 나오지 않아서 눈물을 흘린다든가
절대적인 수면 부족 때문에 아침마다 땅 속으로 꺼져버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전공하는 친구들에게 연주력이 뒤쳐지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고 (그래도 연습량은 부족하죠)
이 정도가 되면 본업에도 분명히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물론 좋지 않은 쪽으로.
전업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원치 않는 일은 때려치우는 게 맞습니다. 대체 이게 뭔가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두 가지를 다 가지고 가야만 하는 상황이에요.
그런 저에게 '넌 취미 생활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구나. 열정적이야. 보기 좋아' 라는 말은 참 씁쓸하게 느껴져요. 칭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